#1
2020년 9월 25일
이렇게 하는 것이 맞소?
안녕하시오 나는 석 가(家) 혜원, 석혜원(스퀘어원)이라 하오.
내 부모님과 친지들은 원이라고 부르곤 하니 그대들도 편하게 불러주시오.
나는 조선에서 왔소⠀
어젯밤 분명 별채에서 글공부 중이었는데
눈을 떠보니 이곳, 수쾌-어원 이라 하는 저잣거리였소.
지금 집에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는데 묵을 곳이 없어
이곳 스퀘어원에서 잠시 신세를 지고 있소.
헌데 사내대장부로써 신세는 갚아야 인지상정 아니겠소?⠀
하여 내 당분간 이곳의 홍보 일을 도우며 신세를 갚을까 하니 앞으로 잘 부탁하오.
#2
2020년 9월 29일
내 첫번째로 도와줄 일이 무엇이오?
성화봉송?
이것이 그 성화봉송이라는 것이오?
신기하오
어찌 이렇게 그림으로 불꽃을 잘 표현하였는지
마치 손대면 정말로 뜨거울 것 같소
아 여기 엽서에 소원을 적는것이오?
그럼 소원을 적은 이에게 추첨을 통해서 선물을 준다 하였소?
그렇다면 내가 한번 시범을 보이겠소
나의 소원은......
#3
2020년 9월 30일
그대들은 혹시, 럭키박스라고 들어보았소?
내 이런 신기한 물건은 들어보질 못하였는데
만원을 주면 이 럭키박스와 물물교환을 할 수 있다고 하오.
이 럭키박스 안에는 온갖 진귀한 물건들이 하나씩 들어있다고 하오.
청소를 편하게 해주는 기계부터 양탕국(커피)을 내려 마실 수 있는 기계, 주방 일을 도와주는 기계까지!
무작위로 들어있다고 하니 갖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소?
이 안에는 최소 만원 이상의 물건들이 들어있다고 하니 혹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싶소.
근데....... 만원이 얼마만큼의 금액이오?
#4
2020년 10월 2일
이것이 한국의 축구라는 운동이오?
마치 조선의 격구놀이와 비슷하구려
좋소! 내 한양에서 제일가는 격구인으로써, 이번 행사는 열과 성을 다해
특별히 더욱 신경써서 도와주겠소.
나한테 맞기시오!
?? : 저사람 뭐야??(웅성웅성)
?? : 저기요!! 저사람이 공을 다 막아버려요!!
담당자 : 석혜원씨! 고객분들이 차는 공을 전부 막아버리면 어떡해요!! 어서 이리 나오세요!!
아, 이렇게 하는게 아니었소? 미안하오
내 그대들의 공을 다 막아버렸소
공을 차서 사은품을 맞추는 게임이었구려
하하하 자고로 사람은 실수속에 크는 것 아니겠소?
내 오늘도 크게 배웠소!
#5
2020년 10월 5일
?? : [찰칵 찰칵] 원이 씨~ 포즈를 좀 더 자연스럽게~
아 오셨소? 이곳은 바로 수투-디오- 라는 곳이오. 사진을 찍는 곳이지.
이곳에서 이번 주 있을 더 반했데이 행사 제품 촬영을 한다고 해서 왔소.
패딩, 올리브영 금액권, 레깅스, 나이키 운동화까지 아주 다양하지 않소?
나도 이번 주가 몹시 기대되는군.
아무튼 나에게 촬영을 도와달라고 해서 왔소.
여기 말로 모-델이라고 하나?
한데 내 그동안 갖은 고초를 겪었지만 이번 일은 심히 부끄럽소.
?? : 원이 씨~ 좀 더 귀엽게 안 되나요?
그 왜 사랑의 총알 같은 거 있잖아요~ 고객분들을 향해 사랑을 빵야 빵야~ 그런 거~~~
사.... 사랑의.... 총알....?? 그것이 무엇이오?
이럴수가 이렇게 남사스럽다니!!
크흠 그렇지만...... 대장부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니....
이.... 이렇게 하면 되겠소??
괜찮소? 좀 더 자연스럽게?? 이렇게 해보면 좋겠소?
내가 습득이 좀 빠른 편이라 이런 건 또 능숙하오.
#6
2020년 10월 7일
어.... 어떻소?
이것이 요즘 유행한다는 쉼표 머리라 하던데....
내가 언제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하니
이곳 스타일에 맞추어 보았소
신체발부라 하여 부모님께 물려받은 머리를 자른다는 것이 내 못내 마음에 걸렸지만, 이 모든 것이 이곳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하면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오.
그나저나 어떻소 잘 어울리오?
#7
2020년 10월 7일
관객들 : 꺅~~오빠~~!! 사랑해요~~!! 청년예술단 파이팅~~~~멋있어요!!
이.... 이것이 무엇이오? 공연??
내 평생 살면서 관기들이나 기방의 기녀들의 공연만 보았는데
어찌 저리 흥겨운 가락이 있을 수 있단 말이오!!
이곳이 다른 세상이라는 것이 새삼 와닿는 구려
정말 좋은 세상인 것 같소
사내라 하여도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춤추고 노래하고 연주할 수 있다니
그래서 저들의 이름이 무엇이오?
인천 청년예술단?
좋소!! 나도 오늘부터 저들을 응원하겠소!
#8
2020년 10월 8일
이것은 또 무엇인가~ 하니
이것이 미리견(미국)에서 온 야구라는 것이오?
오 공을 이렇게.... 이렇게 잡고
이런 포즈로 해서 저기를 맞추면 되오?
[슈우욱- 팅...]
크흠 생각보다 어렵구려
다시, 다시해보겠소!
[슈우욱- 팅...]
[휙- 팅팅]
[슉- 탱탱]
[팅팅탱탱]
야구라는거 생각보다 어렵군.....
하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게 아니오!
?? : 끝났습니다 석혜원씨! 다음 고객님 이리로 오세요~
#9
2020년 10월 14일
내 이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소!
바로 미리견의 바스켓-볼 아니오! 맞소?
내 며칠 전 담당자의 집에서 본 화첩에서 본 적 있소.
이 공을 저 소쿠리 같은 곳에 넣으면 되는 것 아니오?
점수가 높으면 상품도 준다 하였소?
좋소 내 한번 해보겠소!!
크앗--!!!
후, 어떻소? 화첩에서는 이렇게 공을 넣던데...
이렇게 하면 되오?
담당자 : 석혜원 씨!!! 이러시면 안 돼요!!! 고객분들께 피해가 가잖아요!!
후..... 내 오늘도 담당자에게 한소리 들었구려
그래도 멋있지 않았소?
왼손은 거들 뿐이오!
#10
2020년 10월 15일
이것이 무엇이오?
캐리어? 저 상자 같은 가방에 옷가지들과 각종 물건을 넣을 수 있는 것이오?
바퀴도 달려있고 가볍고 무척 편리한 물건이군...
한양으로 과거시험 보러 떠난 형님께 저것이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....
그래서 저것을 얼마에 판매한단 말이오?
만 원?! 지금 만 원이라 하였소?
내 만 원의 가치는 익히 들어 알고 있네만
국밥 두 그릇 가격도 안되는 만 원 말이오? 만 원만 치르면 저것을 준단 말이오?
세상에 몹시 놀랍소
혹시 나도 조선으로 돌아가기 전에 하나만 사면 안되겠소??
아.... 직원들은 살 수 없다고...... 알겠소......
#11
2020년 10월 22일
오호 이것이 전부 총포요?
그렇다면 여기서 총을 겨누고 있는 이들은 모두 원수지간이오?
아니 이럴수가! 살생을 하지 않고 온전히 재미로만 하는 총포라니
몹시 신기하오
그나저나 내 여태 봐왔던 것은 사냥용 조총뿐이었는데
이것은 작고 가벼워 몹시 신기하구려
폼은 이게 맞소? 한 손으로 이렇게 쏘면 되는 것이오?
이거 참 퍽 재미있소.
어떻소 꽤 잘하지 않소?
내 뭐든 빨리 배우는 편이라.
#12
2020년 10월 27일
이곳의 공기는 참으로 상쾌하구려
내 오늘은 마음도 복잡하고 하니
스퀘어원 뒷길에서 점심을 먹고자 하여 왔소
듣던 데로 매우 청량하고 좋은 곳이군
응? 근데, 저것이 무엇이오? 혹시 고양이 아니오?
허허 이곳에도 고양이는 있구려
그나저나 고양이가 왜 저리 기운 없이 누워있는 것이오?
혹시 배가 고픈 것이오?
내 점심이지만, 그대가 더 급해 보이니 이것이라도 드시오.
[허겁지겁 먹는 고양이]
고양이 선생, 그대의 집은 어디요?
혹시 집이 없소? 나와 같은 처지이구려....
오늘따라 내 살던 고향인 조선으로 돌아가고 싶소....
"집에 돌아가고 싶냥?"
응? 방금 말을...?
이보시오 고양이 선생!! 어딜 가는 것이오!!!!
#13
2020년 10월 28일
엣헴 내 할로윈은 익히 들어 알고 있소!
할로윈이라는 날에는 달다구리한 사탕보따리를 주고받는다고 하지 않았소?
참으로 즐거운 날이 아닐 수 없소
여기 스퀘어원에서도 할로윈을 기념하여 행사가 있다 들었소
하여 내 이렇게 서양의 옷으로 변장을 하고 왔소!
자, 어서 사탕보따리를 주시오!
뭣이라? 만 12세 이상은 참여가 안된다 하였소?
오직 아이들과,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부모들만 참여할 수 있다고?
이럴 수가..... 내 할로윈 사탕보따리를 받기 위해
포인트카드도 발급받고 3만원 이상 영수증도 준비했건만.....
칫, 아이들이 정말 부럽구려
내 이 달다구리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양보하겠소
#14
2020년 11월 5일
모두들 안녕하시오
석가(家) 혜원, 석혜원이오.
내 기쁜 소식이 있소.
어쩌면 슬픈 소식일 수도 있지.
바로 집에 돌아갈 방법을 찾은 것 같소.
지난번 내가 고양이 선생을 도와준 것 기억하시오?
그 신묘한 고양이가 바로 이곳까지 데려다주었소.
저 건너편에 밝은 빛이 보이오?
어젯밤 조사한 바로는 저 건너편에서 조선의 복장을 한 이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소.
그래서 이곳을 지난다면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강한 확신이 드오.
하여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글을 남기오.
모두들 그동안 고마웠소.
내 이곳에서 좋은 추억도 많이 남기고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하고 가오.
아마 이곳에서 겪었던 일들은 내 평생 죽기 전까지 잊지 못할듯싶소.
모두들 가내 두루 평안하시고 건강하시오.
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만났으면 좋겠소.
그럼 소인은 물러나겠소.
잘 있으시오!
에필로그epilogue
"여기 다홍색 적삼 하나 주시오"
"어머니~ 소자 저쪽에 자이언투 술나이두 타고 오겠습니다!"
"이보시오, 이 비녀는 가격이 얼마요?"
안녕하시오, 석혜원이오.
모두들 잘 있소? 이 편지가 전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지만 내 모두들 그리워서 이렇게 한자 남겨보오.
이곳은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소.
그곳의 날씨는 지금 어떻소?
내 어느덧 조선으로 돌아온 지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구려
대한민국이라는 미래에 다녀온 게 마치 꿈만 같소
내 그곳에서 배웠던 기술과 경험을 살려, 이곳 한양에서 제일 가는 저잣거리를 만들었소!
비록 원조에 비한다면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, 나름대로의 멋과 정취가 있소
이름하여 수쾌어원!!
(빼어날秀/쾌적할快/어조사於/으뜸元)
이곳에서는 현재 자이언투 술나이드와 현대식 머리가 조금씩 유행 조짐이 보이고 있소.
또한 쉬는 날이면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찾고 있어서 내 몹시 뿌듯하오.
무려 주상 전하께서도 행차하신 적 있다오.
놀랍지 않소?
이 모든 것 이 여러분 덕분이오.
내 여러분 모두가 있던 그곳을 꿈에서나 볼 수 있을까 싶지만
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꼭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소.
그 동안 내 이곳을 역사에 길이길이 남길만한
조선의 명소로 만들겠소
그럼 다들 무탈하게, 건강하고 행복하시오.
소인은 이만 물러나겠소.
-한양, 수쾌어원에서 석혜원이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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